* 한 점의 인생
고기 한 점을 불 위에 올린다
특유의 소리와 함께 번지는 향기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서서히 색이 변해간다
처음엔 붉게 타오르던 열정
시간이 지나며 깊어지는 갈색의 무게
겉은 바삭하게 단단해지고
속은 촉촉하게 부드러워진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뜨거운 날들을 지나며
단단해지고, 부드러워지고
마침내 온전히 맛을 낸다
소금 한 꼬집, 후추 한 톨
쓰디쓴 순간도 곁들여야 더 깊어지는 맛
익어가는 고기를 바라보며
나는 나의 시간을 굽는다
* 오리가 걸어온 길
한때는 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던 몸
이제는 불꽃 위에서 새로운 길을 걷는다
노릇노릇, 기름방울이 춤을 추고
향긋한 바람이 마음을 적신다
껍질은 바삭하게, 속살은 부드럽게
시간이 더해질수록 깊어지는 맛
뜨거운 불도, 타는 기름도
결국엔 더 나은 풍미를 남긴다
인생도 그러하리
거센 바람을 맞으며 떠나온 길
고된 불길을 지나면서
비로소 온전한 내가 된다
* 고깃집에서
지글지글, 불판 위에 올려진 고기
노릇노릇 익어가며 향기를 뿜는다
젓가락 끝에서 뒤집힐 때마다
시간도 함께 구워지는 듯하다
연기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
소주 한 잔에 녹아드는 하루의 피로
"잘 익었네, 많이 먹어."
서로의 접시에 행복을 올려준다
고깃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불판 위엔 정(情)이 익어가고
테이블 위엔 삶이 펼쳐진다
오늘도 우리는 고기 한 점에 마음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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